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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M] GQ / VOGUE 인터뷰 2021
    BTS/JHOPE.RM 2021. 12. 21. 19:20

    방탄소년단 RM "우리가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드리워진 그림자를 공유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전희란2021-12-21T09:26:46+00:00

    나를 깨닫고, 깨고, 깨어지는 경험. 그것은 자유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RM이 진짜 나로서 존재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GQ RM의 홈타운이네요. 어떤 풍경 보면서 왔어요?
    RM 강변북로, 늘 보던 익숙한 풍경을 지나···. 오늘은 미세먼지가 무지 많이 꼈더라고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창문 열면 큰일 나겠다, 하면서.(웃음)
    GQ 요즘 일상이 반짝인다고 느끼는 순간 있어요?
    RM 아···. (반짝이는 눈) 반짝인다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 식대로 표현하자면 이런 거예요. 자신에게 충실한 순간들. 작업할 때, 매일 하는 운동을 하면서 루틴을 지키는 내가 되었을 때 나 잘 살고 있나 보다, 생각하게 돼요.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요. 시계 볼 틈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게 너어어무 아까운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 반짝인다고 느껴요.
    GQ 지금 표정이 무척 행복해 보여요.
    RM 요즘은 아트 이야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는데, 어제 좋아하는 형들이랑 그런 시간을 갖고 왔거든요. 우리끼리만 아는 얘기하면서.(보조개 웃음)
    GQ RM이 쓴 가사를 읽다 보면 풍경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단지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공간 안에 들어가 서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RM 제가 좋아하는 페인터가 대개 그런데, 정신적인 체험을 하게 해줘요. 작품 앞에 서면 어떤 순간으로 데려다주는 기분. 여백이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자꾸 보고 좇으면서 저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질감, 음악적인 텍스처를 여러 감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 해보고,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GQ 과연.
    RM사랑을 예로 들어볼게요. 사랑 안에도 여러 주제가 있잖아요. ‘사랑하는 여자를 붙잡으려고 이별한 남자가 쓴 곡이구나’, 누가 봐도 짐작할 정도로 납작하게 느껴지는 것보다는 추상적인 무언가를 추출해 형상화하고 싶은 욕심이 커요. 추상이라고 하면 뿌옇고 자신 없어서 애매한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페인팅 역사로 보면 구상 뒤에 추상이 등장했어요. 구상만으로는 표현이 안 되니까 색이나 형태만 추출해서 본질을 압축한 것이 추상이라고 생각해요. 1 더하기 1은 2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괄호가 있을 수도 있고, 부등호가 있을 수도 있고···. 여백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해 볼 여지가 있는 편이 제겐 점점 더 흥미로워요.
    GQ 음악이 다양한 표정을 갖는 비결이군요.
    RM 예전에는 강해지고 싶다, 증명할 거다, 다 제압하겠다, 그런 센 단어를 자주 구사하는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일단 뱉고 나면 스트레스는 풀리죠.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점점 디테일에 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제압할 건데? 진짜로 제압할 거야? 대체 어떤 게 제압하는 건데? 문장 뒤에 오는 행간들에 대해서요.

     

     

     

    GQ 우리를 만나게 해준 매개는 루이 비통이죠. RM에게 옷이란 단순히 입는 것 이상인 것 같아요. ‘모노’라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는 이런 이야기를 했죠. “색이 없는 옷만을 찾다가 색이 있는 옷을 꺼내 입었을 때, 자신에게 중요한 변화가 찾아왔다고,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요.
    RM 패션은 굳이 저를 드러내지 않고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저를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가 제겐 중요해요. 패션이 제게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이유죠. 한때는 지금 아트를 디깅하듯 모든 브랜드, 쇼, 맨즈웨어를 섭렵할 때도 있었어요. 조금씩 정제가 되면서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브랜드 몇 가지로 추려졌어요.
    GQ 어떤 게 멋지다고 생각해요?
    RM 어떤 스타일이 그 사람에게 녹아들어서 의도하지 않고도, 아니 설사 의도했더라도 혼연일체되는 것.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스타일이라도 내가 편한 것처럼 연기를 하면 어떤 옷이든 소화한 것처럼 사람들을 세뇌할 수 있다고 믿어요. 확고한 자기 자신이 존재하는 것. 그런 게 멋있죠. 아직 스물여덟 살인 제가 그것을 좇으려는 건 오만인 것 같아요. 아직 풋내기죠.
    GQ 그래도 조금쯤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나요?
    RM 쓰읍. 잘 못 하는데 전보다 주입은 쉽죠. 난해한 옷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으려고 해요. 당황하면 사진 안에서 들키거든요.
    GQ ‘달려라 방탄 × 출장 십오야’ 편에서 “버질, 보고있나?”라고 외치던데요. ‘자기다움’으로 영역을 뛰어넘어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점에서 둘은 닮아 보여요. 서로 교류가 있나요?
    RM 사적인 교류는 없지만 데뷔 때부터 버질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파이렉스 비전할 때, 카니예 웨스트의 친구인 그는 제게 아이돌이었죠. 루이 비통 앰배서더가 된다고 했을 때 저희끼리 그랬어요. “우리가 버질 옷도 입고, 참 많이 컸다.” 버질의 코멘트요? 스트릿 특유의 바이브로 “너희 진짜 멋있다, 쩐다”고 자주 이야기해줘요.
    인터뷰를 마치고 약 한 달 뒤, 버질은 세상을 떠났다. 방탄소년단은 “당신이 그리울 것입니다. 당신과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라고 추모 글을 올렸다.
    GQ 스스로 나 멋있다, 쩐다 느끼는 순간 있어요?
    RM 뭣도 모르는 시절에는 많았죠. 지금은 눈도, 귀도, 취향도 굉장히 기준이 높아졌어요. 안목이 높아지니 제 자신에게도 엄격해지더라고요.
    GQ 그래도 김남준에게만 있는 멋은 뭘까요?
    RM 메타인지를 잘해요. 이슈나 해프닝, 제 스스로에 대해서도 여러 방식으로 응시해요. 현상이 있으면 그에 대한 이유를 찾아보려고 하고, 제 스스로 납득도 당해보죠. 거기다 마인드 컨트롤까지 잘 되면 참 좋을 텐데.(웃음) 어쨌든 무수한 검증 절차가 제 무기예요. 대상에 대한 장단점을 쉽고 빠르게 찾고요. “사람들에게 먹히는 포인트는 이거, 단점은 이거. 그런데 내 눈에는 단점이 부각돼서 내 테이스트는 아니야.”

     

     

    GQ 판단은 하되, 좇지는 않는다?
    RM 굉장한 소신이 있다기보다는 자기 객관화가 잘돼서요. 어떤 생각이 들고 나면 편견화, 고착화되기 쉽잖아요. 저는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 해요.
    GQ <Break the Silence> 다큐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대해 고백했어요. ‘Always’란 곡은 힘든 감정을 기록해둔 가사로 후에 만든 곡이고요. 두려움과 공포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기록해 공유하는 것이 RM에게는 왜 중요한가요?
    RM 와. 이건 너무 허를 찌르는 질문이네요. 이에 대한 딜레마가 계속 있어요. 왜냐하면, 만만하게 보이니까. 여전히 많은 연예인이나 스타, 혹은 아티스트가 신비주의를 택해요. 많은 상처가 있어서일 수도,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팬들에게 우리의 ‘Pros and Cons(장단점)’, 우리가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드리워진 그림자를 공유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방탄소년단의 주식이 항상 우상향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해체까지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만, 때로는 어떤 고백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해요. 다만 당장 토로하지는 않아요. 감정이 지나가고 여과된 뒤에, 감정을 뒤돌아보며 느끼는 잔상을 추출하고 잘 다듬어 전달하면 “이들도 사람이구나” 하면서 아티스트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절한 배출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신념이에요. 그러면서도 사실 무서워요. 절 만만하게 볼까 봐, 이 고백들이 나중에 약점이 되어 역풍을 맞을까 봐.
    GQ 무서운 한편 자유롭나요?
    RM 쾌감이 있어요. 한번 카드를 뒤집으니 계속 뒤집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그것이 예의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꼭 숨기고 나서 “저희는 늘 좋았어요”라고 하는 것보다는. 대신 그 방식이 어른답고, 직업인으로서 윤리적이라야 좋지 않을까요? 책, 다큐, 인터뷰, 음악···. 음악이 가장 좋겠죠. 제가 그랬듯 청자도 거기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고, 2차적으로 인생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요. 멋진 방식의 배설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GQ 아미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 앞으로 아미와의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RM 우리의 상호관계,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건 조금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인생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모르니까요. 아미는 이제 ‘어떤 사람’으로 특정할 수 없는 집단이에요. 그래서 우리의 사랑에 대해 특정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 저도 거기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해요. 저는 아미처럼 누군가에게 꾸준히,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해본 적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그 대단한 수백만의 덩어리가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어놨어요. 저는 그들을 진심으로 리스펙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그들의 팬이죠. 이런 소망은 있어요.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응원하면서, 지금의 거리를 유지해가는 평행선 같은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GQ 잘했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많은 마음을 담아서 RM과 아미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온전히 번역되지 않는 말이니까, 이 기사가 번역되더라도 예쁜 한글로 남아 있으면 해요.
    RM 아유, 고맙습니다. (두 손을 예쁘게 모은다.) 수고하셨습니다.

     

    ( https://www.gqkorea.co.kr/2021/12/21/bts-rm-저를-어떻게-나타낼-것인가가-제겐-중요해요/?utm_source=story_popup&utm_medium=recommend )

     

    RM의 치열한 여정

    2021.12.21

    자신이 누구인지 치열하게 찾아가는 RM의 여정은 그에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한다.

     

     

    RM과의 대화는 꽤 자주 영원으로 흘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뮤지션은 요즘 ‘Timeless’와 ‘Long lasting’을 생각한다. 새로움이 당연하고 유지란 정체인 K-팝의 속도로 사는 입장에서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RM은 촬영을 위해 우리가 꾸민 현대적인 사랑방에서 사군자 사진, ‘요지연도’ 병풍 등 여러 장치 가운데 달 항아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조선 후기에 성행한 달 항아리는 2021년에도 질리지 않는 빛깔과 부정형의 선으로 은근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방탄소년단과 <보그>가 만난 건 지난해 10월 온라인 콘서트 이후였다. 2년 만에 공연으로 복귀하면서 RM은 예전 감각을 되돌리는 중이었다. 팬데믹은 많은 창작자를 혼란으로 빠뜨렸지만, 전 세계 아미들에게 더 가까이 닿겠다는 마음으로 시도한 영어곡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의 동인이 됐고, 이로써 엄청난 성취를 이뤘다. RM은 그 사이 2021 BTS 페스타(FESTA)에 자신의 나침반을 보여주는 ‘Bicycle’ 같은 곡도 발표했지만, 온라인 콘서트를 준비하며 2013년부터 발표한 음악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때는 진심이었는데 트렌드는 빨리 변하고 내 귀도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어요. ‘Butter’나 ‘Permission to Dance’도 시간이 지나면 촌스럽게 들릴까요?” 그 가운데 RM은 스스로 변했다고 말했다.

    “트렌드 안에 살다 보니 익숙해졌는데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롱라스팅’하고 ‘타임리스’한 걸 하고 싶죠. 방탄소년단으로 활동한 지 9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는 <보그> 촬영을 위해 입은 심플한 블랙 터틀넥 스웨터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요즘 제 인생 전반의 화두예요. 옷도 마찬가지로 클래식한 게 좋아요. 루이 비통에서도 청바지 같은 기본 아이템에 더 눈길이 가고요. 취향이 바뀌고 있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보이 밴드’로서 방탄소년단이 우리 각자의 삶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나의 아픔, 설렘 같은 내밀한 감정을 타인의 언어로 확인했을 때 아티스트와 생기는 연결점은 깊고 견고하다. 날카롭게 인식하지만 다정하게 바라보고, 예민하게 느끼지만 아름답게 표현하는 RM의 가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채롭게 인식하게 한다. 언어를 세심하게 바라보는 덕분에 찾아오는 언어유희는 덤이다. 가사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더 큰 범주의 이야기를 했다.

    “옛날에는 ‘이건 이래야 한다’는 룰이 머릿속에 많았고 기술이라든지 대단한 뭔가를 보여주는 데 얽매여 있었어요. 요즘은 추상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어떤 질감을 구현하고자 해요. 시각적으로도 촉각적으로도 생각해보면서 공감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음악을 이루는 모든 덩어리에 가사, 멜로디, 비트, 목소리도 있는데 그런 요소가 처음에 전달하고 싶었던 바를 나타내는가만 총체적으로 생각하며 작업해요.”

    오랜 시간 지켜봤다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RM은 어떤 질문에도 납작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그가 걷는 걸음, 내뱉는 단어, 뻗는 방향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변했느냐”는 질문에도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자연스럽다는 말속에 여러 계기가 있겠지만 말로 하긴 어려워요. 어떤 어른이 되어가느냐를 스스로 생각하고 곱씹었어요. 내가 좋아하고 나한테 가까운 것들을 선택해 버릇하면서 ‘나는 대충 요런 모양이구나’ 알아가는 연습을 해왔어요. 자연스럽게 변해온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제가 깎은 거죠. 고통스럽게 고민했고 되돌아보니 자연스러웠다는 느낌이에요.”

    얼마 전 한 토크쇼에서 이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했을 뿐인데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가 됐다”는 말을 했다. 유엔에서 연설을 하고 유엔총회를 무대로 노래하는 방탄소년단은 우리의 자랑이지만, 아티스트에게는 음악 외 다른 범주의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이런 변화가 음악에 제약이나 영감 혹은 새로운 기회였는지 물었을 때 RM은 “모두 다 맞다”고 답했다.

    “1은 1인 경우가 거의 없고 2이기도 4이기도 해요.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확실한 건 원해서 얻어진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죠.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제 운명 같아요.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에요. ‘이런 삶도 재미있지 뭐.’ 그렇게 살고자 하는 편이고요.”

    그럼에도 느껴지는 건 인터뷰에서 종종 언급한 ‘방탄만의 DNA’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RM의 ‘한국 DNA’다. 자작시 ‘ㄱ한다’를 비롯, 그가 써 내려간 무수한 가사, 한국 미술 작가에 드러낸 애정 등을 지켜보며 책임감의 결과인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의도냐 자연스러운 부분이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어요. 제가 한국인이라는 자각을 오히려 미국에 진출한 후에 하게 됐어요. 힙합이랑 팝으로 음악을 시작했는데 그때 한국 힙합도 되게 좋아했거든요. DNA가 복잡하게 섞여 있는데 어쨌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음악을 듣고 자란 문화적 풍토가 저 같은 사람은 잘 안 떼지는 것 같아요. 제게 묻어 있고 그게 자연스러워요.”

    한국 미술 작가에 대한 선호에는 이끌림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집에 미술품을 거는 건 영적 체험이라고 생각해요. 작가의 인생 한 조각을 곁에 놓고 보는 거예요. 그러면 작품이 숨을 쉬어요. 진짜로 대화도 할 수 있고요. 매 순간 제 심장에 가까운 것들을 옆에 두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 작가의 작품을 사게 됐어요.”

    방탄소년단은 ‘유명’의 영향력을 잘 알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그룹이다. 이들이 세상에 끼친 영향에는 다수의 요인이 작용하지만 RM이 미술계에 끼친 영향력만큼은 미술을 향한 애정 그 하나뿐이다.

    “해외에 나가면 스케줄을 제외하곤 호텔에만 머물러요. 그때 유일하게 갈 수 있는 곳이 뮤지엄이었어요. 모네나 고흐의 작품이 걸린 미술관은 항상 사람이 많은데 언젠가 평일 오전에 가서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미 돌아가신 작가의 온전한 신체의 흔적이 100년 후 한국의 작은 소년에게 일대일로 감동을 주는 순간이 찾아온 거예요. 너무 부러웠어요. 그때부터 ‘한국에는 어떤 작가들이 있지?’ 찾아다녔어요. 저는 하나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해요. 지금은 아트에 꽂혀 있고 너무 재미있어요. 미술사를 공부해보니까 지적 유희가 정말 커요.”

    어떤 질문보다 화수분 쏟아내듯 (RM의 표현이다) 말했다.

    “분야가 달라서도 좋았어요. 미술은 감정에 솔직할 수 있어요. 음악은 질투하기 시작하면 힘들어요. 뛰어난 뮤지션은 너무 많고 새로운 사람은 끊임없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화가의 호흡은 길어요. 마흔 살에 처음 개인전을 연 작가도, 예순 살까지 그림 한 점도 안 팔린 작가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스무 살에 데뷔해 스물여덟 살에 나라를 대표한다는 얘길 듣고 다음 스텝에 관한 질문을 받아요. 인생을 초월해 사는 것처럼요. 그래서 미술가의 호흡을 닮고 싶었어요. 미술관에 가면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추면서 나를 돌아보게 돼요.”

    방탄소년단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여럿이지만 RM의 성장과 궤적을 같이한다. RM은 자신이 누구인지 답을 찾아왔고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음악이 됐다. 방탄소년단은 기적이라 생각하지만 진심은 통하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고자 하는 우리 내면 깊숙한 유토피아에 와닿는다.

    “꿈보단 현재에 충실하라는 얘기도 시류에 맞고 공감해요. 꿈을 꾸라고 강요하는 사회도 별로지만 꿈은 중요해요. 노력, 희망을 믿는 소년, 소녀가 마음속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막막해요. 사람들과 스스로 거는 기대가 너무 높아요. 앞으로 제가 전혀 다른 일을 하더라도 기대할 텐데 미치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아직 습작의 시간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진부하다는 누명을 쓰고도 여전히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꿈. RM의 꿈은 ‘결국 인간’이다.

    “방탄소년단 말고 이런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돼서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싶어요. 시골에 틀어박혀서 책 읽고 공부하고 싶은 꿈도 꾸고 다양한 꿈이 있어요. 지금 아주 행복하지만 확실히 벅찬 속도라서 언젠가 제 속도를 찾고 싶어요.”

    ‘10대의 억압과 편견을 막아주는 소년들’이었던 방탄소년단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청춘’이라는 ‘Beyond The Scene’의 의미를 더했다. RM 역시 자신의 너머, 그 이후를 생각한다.

    “우리 존재 자체가 지구에 위해를 가해요. 자원을 낭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뿜으니까요. 저는 사람은 다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믿어요.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이 의미 있는 무언가로 남았으면 해요. ‘Beyond RM’은 행성에 끼친 것 이상의 몫을 해내는 것. 1.1인분 이상의 인간입니다.”

    인터뷰 내내 털어놓은 고민과 달리 그는 이미 영원의 반열에 올랐는지도 모른다. “말 한마디, 가사 한 줄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아티스트는 비틀스 이전에도 없었다. 시간이 가도 절대 퇴색할 수 없는 빛이다.

     

     

    ( https://www.vogue.co.kr/?p=263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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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Q 비하인드 컷 ( https://www.gqkorea.co.kr/2022/01/07/지큐-1월호-방탄소년단-비하인드-컷-공개/?ddw=101884&ds_ch=twitter&utm_source=twitter&utm_medium=SNS )

     

     

    VOGUE 비하인드 컷 ( https://www.vogue.co.kr/?p=264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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