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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 GQ / VOGUE 인터뷰 2021
    BTS/JIN.SUGA 2021. 12. 21. 19:44

    방탄소년단 진 "이미 잘 해왔고, 잘 하고 있다"

    다시 1월, 시작을 앞둔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진의 새해 메시지.

     

     

    GQ 포털에 ‘방탄소년단 진’을 검색하면, ‘콜드플레이’가 연관 검색어로 떠요. 엄청난 이슈였죠.
    JN 제가 크리스 마틴의 빅팬이거든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은 정말 굉장했어요. 소중한 시간이었고요. 제가 ‘Viva la Vida’랑 ‘Fix You’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번에 ‘Fix You’를 커버하게 된 거죠! 특히 좋았죠.
    GQ 지금도 굉장히 행복한 표정이었어요. 콜드플레이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어요?
    JN 처음에는 화상 미팅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떤 스타일로 하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저희 의견을 많이 물어보면서 곡을 완성해갔죠. 마틴은 한국으로 와서 녹음할 때도, 작업할 때도 늘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해보고 싶은 거 있어?”
    GQ 그때마다 뭐라고 답했어요?
    JN 정말 많이 이야기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마틴이 한국어로, 우리가 영어로 부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어요. 마틴도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녹음까지 했는데, 아쉽지만 결과적으로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손에 꼽을 만큼 재밌게 작업했던 시간이었어요.
    GQ 정말 아쉽네요. 두 그룹이 음악을 넘어 언어까지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JN 맞아요. 서로 발음 문제가 있어서 아쉽지만 싣지 못했죠.

     

     

    GQ 마틴에게 기타를 선물로 받았죠? 우상에게 받은 선물이라 더 기뻤을 것 같아요.
    JN 하하! 너무 좋았죠. 협업을 한 후에 미국에서 마틴과 한 번 더 만나는 시간이 있었어요. 작업실에 마틴과 저, 단둘이 있었는데, 마틴을 보고 “기타 멋있다”고 말했죠. 마틴의 굉장한 팬이니까. 사실 마틴의 모든 게 다 멋있죠. 그런데 불쑥 선물이라면서 그 기타를 주는 거예요. 저는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얼떨떨하면서도 신나서 어쩔 줄 몰랐던 것 같아요.
    GQ 선물은 ‘뜻밖의 선물’이 가장 좋다고 하잖아요.
    JN 맞아요. 믿기지 않아서 내가 진짜 이거 받아도 되는지, 몇 번을 물었어요.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나중에 전해 듣기로 마틴이 제가 팬인 걸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선물을 해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저만의 추측입니다. 하하!
    GQ 마틴에게 선물 받은 기타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굉장히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을 것 같은데.
    JN 저는 집 현관에 소중한 것들을 모아놔요. 문을 열면 2미터 정도 되는 커다란 ‘알제이’ 캐릭터가 턱! 서 있어요. 그 옆에 두었습니다. 하하. 사실 마틴에게 어디에 두는 게 나을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알제이 옆이 낫겠다고 말해줘서 큰 고민 없이 거기에 두게 됐죠.
    GQ 무대가 사라진 2년이었어요. 진도 가끔씩 예전 무대 영상을 찾아보나요?
    JN 그럼요. 당연히 찾아보죠. 팬들의 함성소리가 그리울 때마다 찾아보는 거 같아요. 다행히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이 꽤 많아요. 최근에는 ‘MIC Drop’ 찾아봤어요. 추억하면서 봤어요. ‘아, 그때 무대가 저랬지’ 하면서요.
    GQ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물어보면, 딱 하나를 떠올릴 수 있어요?
    JN 음, 있어요! 프랑스에서 ‘IDOL’ 무대를 한 적이 있는데, 곡 마지막 부분에 원곡이 아닌, 신나는 리듬을 섞었어요. 보통 공연을 하면 저희를 봐 주시거든요? 그런데 그 마지막 부분에서 팬분들이 저희가 아닌 서로를 바라보고 정말 신나게 춤을 추시는 거죠. 정말 재밌게 즐기면서! 그 장면을 보고 오히려 제가 더 기뻐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을 만큼 팬분들이 정말 멋졌던 순간이었어요.
    GQ 매번 팔색조처럼 변신하는 진의 무대를 보면서 문득, 방탄소년단이 아닌 진을 음악 장르에 비유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댄스, 팝, 재즈 등 어떤 영역과 가장 닮아 있는 것 같아요?
    JN 제 성격을 보면 음, 한없이 가볍고, 신나는 장르에 가까울 것 같은데, 디스코? 디스코에 가까운 것 같아요.
    GQ 그럼 보컬리스트로서 비유해보면요?
    JN 음, 보컬리스트로서 저는 스킬 풀한 쪽보다는 감정이 짙게 묻어나는 장르나 곡 쪽에 가까울 것 같아요.

     

     

    GQ ‘방탄소년단의 진’과 ‘솔로곡에서의 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야기한 것처럼 솔로곡을 발표할 때마다 깊이 있는 감정들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거든요.
    JN 방탄소년단은 7명이 하나가 돼서 곡을 완성하는 거니까. 어느 한 명에 맞춰서 키를 잡거나 곡을 해석할 순 없어요. 하지만 솔로곡에서는 가능해요. 오직 저에게 맞춘 작업, 제가 하고 싶은 스타일, 예를 들면 제가 가진 목소리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에 키를 맞춰서 작업할 수 있는 거죠. 노랫말이나 멜로디도 그렇고요.
    GQ 솔로곡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JN 사실 조심스러워요. 제가 스스로 깊게 공감하지 못한 이야기는 쓰지 못하겠죠. 예를 들면 환경 문제. 곡으로 만들고 싶어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 이야기를 해도 될까’, ‘내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나’ 같은 고민을 먼저 해보게 돼요.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죠. 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은 여전히 많으니까.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GQ 음악을 만든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 같아요.
    JN 그래서 메시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저는 평소에 생각을 많이 비우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문득 어떤 메시지가 떠오르면 메모를 해둬야 하죠. 금방 잊어버릴까 봐요. 하하! 그래서 쓰고 싶은 주제를 따로 정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쓰는 타입에 가까운 것 같아요. 최근에는 3, 4개월 동안 가사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도, 어느 날 전혀 다른 주제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1절을 10분 만에 다 쓴 적도 있어요.
    GQ 어떤 곡인지 알려줄 수 있어요?
    JN 아, 미안해요. 아직 곡 작업이 안 끝났어요. 하하!
    GQ 진에게 큰 울림을 줬던 앨범이나 곡이 있다면요?
    JN 개인적으로는 ‘불타오르네’였어요. “네 멋대로 살아”라는 가사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나를 싫어할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도 결국 싫어할 거고, 반대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곁에 남아주겠지.’
    GQ 그럼 뮤지선으로서도 그런 변곡점이 있었어요?
    JN 음악적으로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들었던 곡은 제 첫 솔로곡인 ‘Awake’였어요. 회사에서 기회를 줬어요. 그걸 계기로 시작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체 곡은 감히 제가 건드릴 엄두도 못 냈어요. 너무 쟁쟁하고, 실력 좋으신 분이 많아서 욕심을 내지 않았죠. 그러다가 솔로 곡으로 기회가 왔을 땐 욕심을 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멤버들도 하나둘 곡 작업하는 걸 보면서 나도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GQ 늘 새로운 음악, 새로운 퍼포먼스, 새로운 메시지를 전해왔어요. 트렌드를 이끄는 지금의 위치가 때로는 새로움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JN 맞아요. 물론 있죠. 매번 같은 걸 할 수는 없으니까. 멤버들과 가끔씩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요즘 뭘 써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우리가 경험한 건 한정적이고, 우리가 하는 일은 비슷한데, 새 노래를 써야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까?”, “내가 경험한 것이 맞는지, 옳은지도 생각해봐야 된다” 같은 내용들이죠. 멤버들과 이야기해보면 모두 부담감을 안고 있겠구나, 싶어요.
    GQ 최근 예능에서 ‘휴식’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해줬어요. 많은 사람이 공감하면서 진의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어요. 한 달 정도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보낼 것 같아요?
    JN 생각만해도 좋아요. 하하. 하지만 생각보다 휴식에 많은 시간을 쓰진 않을 것 같아요. 팬데믹으로 2개월 정도 강제 휴식기를 갖게 된 적이 있어요. 뜻밖의 휴식에 맴버들 모두 좋아했죠. 그런데 그건 딱 2주 더라고요. 휴식기가 1개월 가까이 되니까 오히려 다들 힘들어했어요. 불안한 거죠. “이래도 되나?” 싶은. 아마 1개월을 쉰다면 중간중간 곡 작업이든 뭐든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농사를 짓는다거나, 소일거리로 뭐라도 할 것 같은데요?
    GQ 농사요? 하하!
    JN 최근 들어서 자주 하는 생각인데, 제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은퇴를 하게 되면 한적한 시골 마을로 가면 좋을 것 같은 거죠. 옥상에 바비큐 그릴을 두고 가끔씩 파티도 하면서, 또 정원에는 텐트도 하나 놓고. ‘그렇게 지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GQ 다시 새해예요. 신년 카드를 쓴다면 어떤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JN 음, 그런데 사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는 해주고 싶어요. 이미 잘 해왔고, 잘하고 있으니까 혹시 시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면, 조금 내려놓으라고요. 내려놓고 즐기면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요. 저는 이렇게 응원해드리고 싶어요.

     

    ( https://www.gqkorea.co.kr/2021/12/21/진-이미-잘-해왔고-잘-하고-있다/ )

     

    진이 가진 아이러니

    2021.12.21
     
     

     

    진지하지 않아서 결국 진지해질 수 있는 사람, 진이 가진 아이러니.

    스케줄이 없는 진의 하루는 대략 이렇다. 새벽 5시까지 실컷 게임을 하다 잠이 들고 오후 2시 즈음 일어난다. 침대에 누워 3시간가량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가끔 휴대폰을 체크하고 TV도 한 번 켜본다. 또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허기가 지면 무언가를 먹는다. 배가 부르니 나른해지고 자연히 침대로 간다. 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누군가 너 좀 한심하게 살았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잉여로운’ 하루다. “어제 그렇게 보냈어요.” 2021 BTS 페스타(FESTA) ‘아미 만물상점’에서 말했듯 진에게는 하루를 얼마나 한심하게 보냈는지가 자신을 만족시키는 기준이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온전한 자유를 즐기는 날이 어제였다면, 오늘 <보그> 촬영은 정반대다.

    “간만에 역대급 스케줄이었어요. 어제 TV 본 다음 2시간 정도 더 누워 있다가 5시간 게임하고 새벽 2~3시쯤 잠들었나? 그리고 여기 온 거예요. 오늘은 보상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는 아마 스케줄이 끝난 후에 게임을 하거나 정말 친한 친구들 한둘을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양껏 늘어져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만큼 마냥 즉흥적인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자신만의 규칙이 분명한 사람이다. 휴식에 대한 소신만 봐도 그렇다.

    “요즘에는 휴식이라는 말이 변질된 것 같아요. 휴식이라는 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가 시간마저 스펙 쌓기라고 해야 하나,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무쓸모의 쓸모를 믿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보기엔 쓸모없는 하루가 있어야 쓸모 있는 일에도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진은 ‘잉여로운’ 시간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오히려 일상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다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같은 거죠(웃음).”

    말해두자면, 이 인터뷰는 진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읽어야 한다. 어떤 내용이든 지금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천진한 톤,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확신에 찬 말투, 사이사이 일명 ‘유리 닦는 소리’라 불리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섞어가면서 말이다. 인터뷰 내내 대체로 농담이 오갔다. 그의 농담에는 특이한 구석이 있는데, 바로 이면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농담만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그렇듯 진심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적당히 무덤덤하고 발랄하며, 적당히 진심으로 들린다. “저야 꽃미남이죠. 이런 건 빼지 않습니다”와 “음… 제 일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어요”를 같은 톤으로 이야기하는 식이다.

    “진지한 분위기를 싫어해요. 자칫 그런 분위기가 형성될 때면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하죠.” 우리는 이미 수많은 프로그램, 콘텐츠에서 창의적인 유머, 진이 사랑하는 ‘아재 개그’를 봐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 이 남자는 무대 위를 제외하고 진지해지는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게 답했다.

    “정말 없어요(웃음). 보통 진지한 사람과 가벼운 사람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둘 중 하나가 끌려가기 마련이거든요. 결국은 심각한 분위기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는 안 그래요. 저희 회사에 세상 진지한 분이 계신데, 그 실장님과 대화할 때도 30분 중 20분은 농담을 하다 나와요. 만약 이 사람은 너무 진지해서 나와 맞지 않을 것 같다 싶으면 자리를 빨리 피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마주 앉아 주어진 시간에 맞춰 개인의 고뇌와 불안, 미래를 멋들어지게 논하는 대신 더없이 가볍고 유쾌하며 조금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택했다. 왜 이토록 진지한 분위기를 꺼리냐고 슬쩍 물으면 진은 “재미없으니까요(웃음)”라거나 “인터뷰할 때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나 똑같아요” 같은 격의 없는 답을 내놓았다.

    “본업은 가수지만 제 일의 경계선이 굉장히 모호하잖아요. 무대도 해야 하고 오늘처럼 화보도 찍어야 하고 콘텐츠 촬영도 있고요. 일 자체에서는 당연히 진지하죠. 하지만 제 일의 경계선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구체적으로 ‘언제 진지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무대 위를 제외하고는 80~90%는 거의 장난을 치면서 보내니까요.”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무용해 보이는 가벼움은 결과적으로 유용하게 작용했다.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게 제가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진이 말하는 ‘재미’에 대한 철학은 방탄소년단을 유일무이한 슈퍼스타로 만든 요인 중 하나다. 방탄소년단에겐 여느 슈퍼스타와는 차별화된 친근함이 있다.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것 같은 머나먼 히어로적 존재가 아니라 나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얘기다. 음악에서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나 인터뷰에서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와 여전히 실없는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8년 전 데뷔 초반의 그것과 비슷한 공감을 느낀다. (스케일은 커졌으니 감동은 몇 배다.) 이런 방탄소년단의 독보적인 케미에서 진의 역할은 크다. 그는 팀 내 가장 연장자임에도 불구하고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동시에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장 이상적인 ‘맏내(막내 같은 맏형)’로 꼽힌다. 세상 걱정 없는 태도로 어떤 상황이든 산뜻하게 중화시키는 진의 능력은 방탄소년단이 가진 인간적인 매력의 주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진은 내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니, 저는 굉장히 별 볼 일 없고 뭐 하나 뛰어나게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에요. 주변에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제가 이 말을 꺼내기만 해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너는 엄청난 뭔가를 해냈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아직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누군가 저한테 남들보다 무엇이 잘났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방탄소년단이야’ 말고는 크게 할 이야기가 없어요.”

    정말로, 여전히 그럴까? 방탄소년단의 업적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보그> 지면이 부족할 정도인 지금도? 아무리 진이 저렇게 강조한다고 해도 우리는 매번 반문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어쨌거나 진은 솔직하다. 지금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필터링 없이 툭툭 털어놓는다. 전 세계 어딜 가든 ‘월드와이드 핸섬’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도, 반면에 인터뷰에서 대수롭지 않게 반전 속내를 비친다는 것 모두 높은 자존감의 증거다.

    “사실 저보다 잘생긴 분들 많잖아요. ‘월드와이드 핸섬’은 남들 웃으라고 가볍게 던지는 말이에요(웃음). 저보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다만 다른 사람들이 실제의 저보다 저를 더 좋게 봐주기 때문에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솔직함은 건강한 자기애의 동력이 되고 결국 꾸밈없는 긍정으로 치환된다.

    “누구나 타고난 분야라는 게 있잖아요.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 금방 잊어버리는 게 제 능력인 것 같아요.” 그의 긍정에는 특별한 비법은 없었지만 분명한 해답은 있었다. “음… 일상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데뷔 초반 진은 말수가 적은 멤버였다. ‘냉미남’ ‘얼음 왕자’ 이미지였던 그가 2016년 발표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의 타이틀곡 ‘불타오르네’의 가사 “니 멋대로 살어, 어차피 니 꺼야,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에 자극을 받은 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어차피 좋아할 사람들은 좋아하고 싫어할 사람들은 싫어한다’는 유명세의 세금 같은 진리를 깨달았다는 거다.

    “예전에는 방탄소년단의 진과 사람 김석진을 어느 정도 구분해두었는데, 이제는 안 그래요. 그냥 방송에서 하는 대로 현실에서도 사는 것 같아요.” 과거의 모습을 보면서 진은 ‘왜 저렇게 살았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분명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이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전 세계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는 2020년부터 세웠던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는 중이다. 바로 ‘생각 없이 살기’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이긴 해요. 잡생각이 정말 많이 들잖아요. 내일은 이걸 해야 하고, 내일모레에는 다른 일이 있고… 본래 성향 자체가 계획하는 걸 싫어해요. 계획은 일단 지켜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서 여행이든 뭐든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죠. 인생의 큰 틀 정도는 세우는 게 맞겠지만 세부적인 계획은 좀 피하고 있어요. 머리 아프니까요(웃음).” 진은 마지막까지 농담 같은 말투로 명쾌하게 말했다. “생각 없이 살아서 요즘 좀 더 행복하지 않나 싶습니다.”

     

     

    ( https://www.vogue.co.kr/?p=263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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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Q 비하인드 컷 ( https://www.gqkorea.co.kr/2022/01/07/지큐-1월호-방탄소년단-비하인드-컷-공개/?ddw=101884&ds_ch=twitter&utm_source=twitter&utm_medium=SNS )

     

     

    VOGUE 비하인드 컷 ( https://www.vogue.co.kr/?p=264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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