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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가] GQ / VOGUE 인터뷰 2021
    BTS/JIN.SUGA 2021. 12. 21. 20:05

    방탄소년단 슈가 "꿈 이야기는 계속하지 않을까요?"

    끝없이 진화하는 슈가의 꿈과 숨.

     

     

    GQ 요즘 슈가 씨는 어떤가요? 문자 그대로 안녕하신가요?
    SG 딱 좋아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딱히 불편한 상황이 없거든요. 마음이 편안해요 요즘.
    GQ 감정의 격랑 없이 여유롭고 안정된 느낌이 있어요. 차분하고 오롯하게 중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SG 그냥 한 발자국 뒤에서 상황들을 지켜보면 되거든요. 사람이 당연히 감정적이고 격해지는 순간이 있지만 잠깐만 참고 한 발 뒤에 서면 잘 보여요. 저는 뭔가 감정적으로 되는 상황이 오면 그냥 모든 걸 스톱시켜버려요. 잠깐 생각을 하려고요. 그래서 싸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GQ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거네요.
    SG 그게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사실 화내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진작에 해결되지 않았을까 해요.
    GQ 슈가에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이 있다면 뭘까요?
    SG 너무 많죠. 특히 데뷔 초부터 한동안 여론에 휩쓸려 다녔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반응에 되게 민감해지고, 실제로 공격적인 반응도 있었고. 근데 저는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요. 단 한 명도요. 그때는 인터넷 너무 열심히 본 게 틀렸죠. 어느 순간 이게 현실이랑은 좀 다른 부분이라 느껴지더라고요. 난리 났다고 하는 어떤 이슈들이 현실에서는 잘 체감되지 않거든요. 지금은 거의 안 봐요.
    GQ 지금은 유의미한 기록들만이 계속 쏟아지고 있죠. 아무리 거듭해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걸 꼽아본다면요?
    SG 저희는 한 3년 전의 반응들이 이제 체감이 되거든요. 그때는 몰라요. 그 당시에는 모르는 게 우리 장점이기도 한데, 저희를 띄워주는 식의 말들을 들으면 아직도 좀 어색하고 부끄럽긴 해요. 그 정도는 아닌데, 이런 생각하고. 그리고 여전히 공연하는 게 너무 설레요.

     

     

    GQ 혹시 가끔 꿈에 나오는 무대가 있다면 어떤 장면인가요?
    SG 저는 2019년 서울 파이널 콘서트가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합니다. 가끔 찾아보기도 하고요. 그 영상을 보고 잔 날이면 꼭 꿈에 나와요.
    GQ 그동안 음악을 다뤄오면서 그것을 대하는 태도나 시야가 함께 변화했을 텐데, 계속해서 슈가를 일으켜 세우는 에너지는 뭘지 궁금해요. 이전엔 ‘한’으로써 풀어냈다면 현재의 연료는 어떻게 정의해볼까요?
    SG 내 속에 있는 재미있는 생각들. 지금 외부 작업을 하는 것도 그렇고 광고음악을 한다든지 경음악을 한다든지, 사실 기존에 드문 행보잖아요. 근데 그런 도전들이 저는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내일이 기대되게끔 만드는 편이거든요. 한과 분노는 자기를 갉아먹는 경향이 있어서 내려놓고 대신 긍정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하죠.
    GQ ‘슈가’와 ‘AGUST D’, 그리고 ‘BY SUGA’ 까지. 이 셋이 각각 차지하고 있는 민윤기의 지분율은 어떻게 되나요?
    SG 셋 다 똑같이 저예요. 어느 캐릭터가 더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라는 것 없이 진짜 3분의 1씩 차지하고 있어요. 저는 그냥 선택지를 주는 거죠. 보여주는 모습이 셋 다 너무 달라서, 사람들이 선택하고 싶은 대로 볼 수 있게 만들어놓은 거예요.
    GQ 작업물에 어떤 마침표를 찍는 개인적인 기준이나 지점이 있을까요? 재작년 그림 그리는 영상에서는 붓도 웬만해서 내려놓지 않더라고요.
    SG 뭔가 안 나올 때. 그때는 과감하게 안 하거든요. 안 되는 걸 부여잡고 있는 편은 아니라서요. 근데 할 때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기는 해요. 그건 제가 그림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해도 그런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이 새로 생기면 약간 무식할 정도로 하거든요. 단순히 재미있어서 오래 붙잡고 있는 거예요.
    GQ 그때 완성한 작품 ‘아침’에서 파형으로 표현했던 단어는 도대체 뭔가요?
    SG 캔버스 뒤에 쓰여 있어요. 나중에 누군가가 가져가도 딱 그 사람만 볼 수 있도록.
    GQ 특별한 의미인가 봐요.
    SG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특별할 수도 있고, 특별하지 않다고 하면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고.
    GQ 재미있네요. 항상 흥미로운 태도로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든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앞으로 오래오래 음악을 계속할 거라고, 슈가 씨가 인터뷰마다 분명히 내놓았던 답이 떠올랐어요.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SG 너무 좋아하지 않는 거요. 너무 좋아하면 오래 못 해요. 근데 저는 너무 좋아했었죠. 음악을 너무 사랑했지만 덜 좋아하려고 노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고.

     

     

    GQ 지금도요?
    SG 네, 작업하는 시기가 아니면 음악을 듣지 않아요. 가능하면 최대한 멀리 두는 거예요. 그냥 내가 필요할 때만 음악을 찾아요. 너무 사랑하면 너무 사랑해서 포기해야 할 때가 오니까.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둬야 매몰되지 않고 그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의미 부여를 너무 많이 하면 힘들어져요.
    GQ 그 거리는 언제쯤 두기 시작했어요?
    SG 5년 전부터 적당한 거리두기를 시작한 거죠.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흘러가는 대로 놔둘 수도 있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고요. 곡에 있어서 내가 작업이 막혀도 어차피 저희는 팀이니까 누군가가 그걸 메워주고 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멤버에게 의지를 많이 하게 된 거죠. 물론 그래도 책임감으로 다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삐끗하더라도 나를 받아줄 사람들이 있구나 싶은 마음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GQ 방탄소년단의 음악에는 굵직하고 예리한 주제가 많이 보여요. 꿈이나 현실, 고독, 희망처럼 대신 긁어줘서 시원한 이야기들이 거쳐갔는데 앞으로 어떤 키워드가 더 남아 있을까요?
    SG 꿈 이야기는 계속하지 않을까요? 저도 계속해서 꿈을 꾸면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꿈을 꿀 거고요. ‘Dynamite’ 이후는 아직 어려운 고민이에요.
    GQ 모두가 그 지점에 주목을 하고 있긴 하죠.
    SG 분명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걸 잘 담고 싶거든요. 시소게임 하면서 또 나아가야죠.
    GQ 꿈이라는 키워드는 방탄소년단과 슈가에게 유난히 애틋한 듯해요. 꿈 앞에 누구나 평등하고, 꿈이 없어도 괜찮다 설파해주었기에 현실을 사는 많은 이에게 고마운 해독이 되었어요. 그런데 때로는 목표와 꿈의 유무가 삶에서 큰 동력이 되기도 하잖아요. 여전히 꿈 앞에서 미아인 것만 같을 땐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SG 꿈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면 안 돼요. 그러니까 꿈은 그냥 꿈인 거예요. 꿈이 없어도 된다는 말은 사실 없어도 되니까 한 거거든요. 꼭 그렇게 애쓰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78억 명의 인구가 78억 개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삶이라는 건데 자꾸 한 길로만 가게끔 만드는 게 저는 너무 안타까운 거죠. 꿈은 물론 60대나 70대도 있을 수 있지만, 세상이 유난히 젊은 친구들한테 가혹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어떤 한 길로 가서 그대로 되지 않으면 마치 실패한 것처럼 많이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살다 보면 그렇지 않단 말이에요 인생이.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본인 탓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하지도 말고요. 꿈의 크기를 굳이 남과 비교할 필요는 전혀 없거든요. 저도 막 엄청난 꿈을 가지고 살 것 같지만 전혀 안 그래요. 저도 지금 꿈이 없어요. 없는 게 과연 불행한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지금 편안해요. 또 꿈이 생기겠죠. 저는 농구를 더 잘하고 싶은 게 꿈일 수도 있고, 그런 걸 한두 개씩 이뤄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해요.

     

     

    GQ 크든 작든 꿈은 꿈이다, 명쾌하네요.
    SG 저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유들을 찾기 시작하다가 그냥 마음 편한 게 제일 좋더라고요. 걱정 좀 덜 하고 마음 편한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저는 그게 꿈인데, 이런 말을 쉽게 못 하겠는 게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 위선으로 들릴 수도 있단 말이죠. 넌 다 이뤘으니까 그런 소리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하고요. 그런데 그게 어떤 것이든 자신이 살아갈 원동력이 될 만한 꿈들은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거창할 필요도 전혀 없죠.
    GQ 그리고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거군요.
    SG 당연하죠. 그건 계속해서 바뀌는 거니까요. 6개월 전 나랑 지금의 나랑 너무나도 다르고, 6개월 뒤 또 달라질 거고. 생각이 안 바뀔까요? 그래서 저는 초심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 말은 관리하기 편하려고 만든 어른들의 말인 것 같아요. 사람은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변화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봐요.
    GQ 그럼 슈가 씨가 언젠가 포크송 부르는 날을 기대해봐도 되겠네요? 요즘 새로 어쿠스틱이나 포크 장르에 관심 둔다면서요.
    SG 부를 날이 있지 않을까요? 저 요즘 기타는 덜 쳤는데, 노래 연습은 하고 있어요. 막상 멤버들은 말리긴 하는데 제 목소리 좋아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용기 낸 거거든요. 요즘은 워낙 음악 장르에 경계가 없다 보니까 여러 가지를 섞는 크로스오버도 되게 좋아하고요. 앞으로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노래하는 모습을.

     

    ( https://www.gqkorea.co.kr/2021/12/21/bts-슈가-꿈-이야기는-계속하지-않을까요/ )

    ‘민스트라다무스’ 슈가의 화법

    2021.12.21
     
     

     

    ‘민스트라다무스’ 슈가는 엉뚱하지만 참신하게 허를 찌른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요. 빅 팀보다 언더독이 좋아요.” 다른 누구도 아닌 딱 슈가다운 선택이다. 최근의 관심사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최애 선수인 데미안 릴라드와 최애 팀 포틀랜드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한참을 농구 이야기로 채웠다.

    “NBA 시즌이잖아요. 이게 요즘 낙이에요(웃음).” 슈가의 얼굴이 이렇게 밝아 보인 적은 처음이다. 짓누르는 듯한 긴장감 대신 안정감과 여유가 깃든 덕분인지 지난 믹스테이프 <D-2>을 지배한 체념과 달관의 정서가 떠올랐다.

    “체념. 맞아요, 놓아버린 느낌이죠. 코로나라는 게 내가 노력하고 애쓴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애쓰는 게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많은지 더 잘 알게 됐어요. 그렇게 애쓰면서 살았는데.” 정확한 표현이었다. 슈가는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권태롭지 않아 보였다. 요즘 한 인간으로서 그를 지배하는 생각이 궁금해졌다.

    “사실 요즘 별생각이 없어서…(웃음) 정말로요. 너무 바쁘기도 하고, 정체성에 대한 생각은 되도록 안 하려고 해요. 거기에 신경 쓰다 보면 너무 고민되니까. 흘러가듯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뭔가를 엄청 갈구하고 노력하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슈가는 지난 몇 년간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노력을 안 하거나 덜 열심히 했다는 건 아니에요. 받아들임이 자연스러워졌달까? 어릴 때에 비해서요.” 확실히 그랬다. 그 염세성과 우울함에 나도 모르게 전염될 것 같았던 래퍼 ‘어거스트 디(Agust D)’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첫 번째 ‘믹테’는 분노에 가까웠죠. 그런데 그 사이 정리를 다 했잖아요(웃음). 이제 누구한테 분노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비로소 나를 마주하게 된 거죠. 분노와 열등감을 무기로 삼아온 사람이었는데, 자기 파괴적인 분노가 서서히 효력이 떨어진 때가 2018년이었어요. 더 이상 이것만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삼을 수는 없겠다 생각했죠.”

    그즈음에 서서히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 그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다. 첫 번째 믹스테이프와 사뭇 달랐던, 음악적으로 성숙한 앨범이었다.

    “실제로 녹음은 2020년, 막판 두세 달 만에 타이트하게 끝냈지만 비트나 기본 작업은 2016년 첫 믹스테이프가 나오자마자 시작했거든요. ‘사람’이라는 트랙을 완성한 게 2016년 10월 즈음이었는데 ‘아, 내가 이런 곡을 쓸 수 있는 단계까지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가장 아끼는 노래 ‘사람’을 언급하자 나도 모르게 반가움의 탄식이 나왔다. 방탄소년단으로 데뷔한 이래 가장 성숙한 인간 민윤기의 통찰을 보여주는 걸작.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사람이 다 그런 거지’라고 말하기에 더 가슴 저미는 곡, 그게 ‘사람’이다.

    “저도 ‘사람’이 최애곡이에요. 4년간 저의 기록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대부분 작업을 끝내면 다시 듣지 않는데 ‘사람’은 계속 들었어요. 들을 때마다 감정이 계속 바뀌어요. 뭔가 외롭고 센티해질 때 틀어놓으면 좋더라고요.”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티스트의 가장 중요한 매력이 ‘날것의 솔직함’이라면 분명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건 슈가다. 자신의 슬픔과 우울조차도 창작의 재료로 써야 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숙명이지만 그게 늘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슈가의 답변은 엉뚱하지만 참신하게 허를 찌른다. “사람들이 제 음악을 좋아하시더라고요.” ‘훗’ 하는 웃음에 담긴 확신. 하지만 그렇다고 자만과는 다른 밉지 않은 솔직 담백함.

    작곡가로서 슈가의 성향이나 습관에 대해 묻자 “그때그때 다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로 나오는 곡이 있는가 하면 수락은 했는데 지금이라도 그만둔다고 할까 싶어 고심하는 곡도 있고요. ‘Over the Horizon’ 같은 경우는 한 번에 쑥 나온 경우였어요. 사실 기타랑 스트링 파트를 20분 만에 끝냈거든요. 테마를 주고 ‘이런 이런 메시지로 곡을 써주세요’ 하면 3분짜리 그림이 다 그려지는 편이에요. 어떤 그림으로 가야 할지는 한 번에 다 나오고 그다음 하나씩 맞춰보는 스타일이죠. 그러니까 스케치라고 하죠? 그 스케치가 빨리 나오는 편이에요.” 그 말을 들으며 새삼스레 떠오른 단어는 ‘천재’다. 하지만 아이돌로서, 슈퍼스타로서 누가 가두지 않아도 제약이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을 가진 그가 끊임없이 음악적 영감을 얻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았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하나둘씩 뭔가 영감이 나와요.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요.”

    대중이 아티스트에게 갖는 잘못된 환상 중 하나는 예술가의 영감은 특별한 데서 비롯된다는 믿음이다.

    “그냥 작업실에 있는데 ‘이건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때로는 너무 하기 싫다 싶을 때 나오기도 하고. ‘이 순간에 이 감정을 쓸 거야’ 이래본 적이 한 번도 없다니까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슈가의 눈빛은 여지없이 빛난다. 목소리에 점점 긴장이 더해간다. “좋은 생각이 들 때면 꼭 적어둬요. 그러다가 다시 뒤져보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엄청난 영감이 나올 때가 있어요. 언제 쓴지도 모르겠고 내가 쓴지도 모르는 것들을 보다 ‘어? 이거 되게 재밌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는 거죠.”

    아티스트에게 영감은 종종 ‘교류’에서 나온다. 최근 그들에게 가장 큰 경험이었을 콜드플레이와 협연 같은 거 말이다. 두 팀의 작업은 세간의 상상보다 훨씬 유기적이고 인간적이었다.

    “한국에 오겠다고 먼저 제안해서 신기했어요. 콜드플레이의 경우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는 항상 크리스 마틴이 와서 녹음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서 놀랐어요.” 메이킹 필름에서 엿보인 모습 그대로였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라기에는 소박했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 그 자체. “다들 겸손하고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줬어요. 저희 상황과 콜드플레이가 25년 가까이 겪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자기들의 고충과 우리의 고충을 서로 나누면서 대화가 잘 풀렸어요.” 한 팀은 록 밴드이고 또 한 팀은 보이 밴드지만 장르가 다르다고 겪는 고통이 다른 게 아니구나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하는 슈가의 얼굴에는 옅은 감동마저 스쳤다. “스타를 만나다 보면 지금 이 행동이 진심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요. 그런데 콜드플레이는 너무 진심이어서 저희가 오히려 감동이었어요.”

    원래 톱 레벨 세계에서 배움은 기술적인 것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이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때가 많다. 그래도 슈가라면 선배로부터 뭔가 노하우 하나를 얻어가지 않았을까? “리액션이요(웃음). 랩 녹음하며 멜로디 더빙하는 작업을 많이 했는데, 리액션이 너무 좋은 거예요. 녹음 부스에 들어간 사람은 느껴져요. 저는 디렉팅할 때 리액션 없이 하는 편이에요. 반쯤 영혼이 나간 상태로(웃음). 근데 콜드플레이 같은 태도가 오히려 훨씬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죠.”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슈가에게 지난 8년간 얻은 것, 또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행복을 얻은 것 같아요. 그게 거창한 게 아니란 것도 알았고요. 물질적인 것이 행복을 주는 줄 알고 열심히 살았는데 막상 얻고 보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물욕이 없기도 하지만(웃음). 물질적인 것이 더 이상 큰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지금은 사소한 것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복에 마시는 디카페인 커피 같은 것. 지금이라도 이런 즐거움을 알아서 좋아요. 잃어버린 것은 평범함이겠죠. 남의 평범함이 나한테는 특별하잖아요. 근데 그건 시간이 해결해주리라고 봐요.”

    왠지 모르게 반갑고 다행스러운 말이었다. 평범함의 소중함을 즐기게 된 그의 다음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혹시 프로듀서 민윤기의 본격적인 비상이 아닐까 기대한 나에게 돌아온 마지막 대답은 의외로, 하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방탄소년단이었다.

    “죽을 때까지 방탄소년단 할 거 같아요. 제작을 해보는 건 어떠냐는 말도 듣죠. 근데 못할 거 같아요. 누군가를 책임질 만큼 책임감이 있진 않아요. 전 방탄소년단이 좋아요.” 활동한 이래 가장 오래 한국에 머물렀다며 신나는 매일보다는 루틴이 주는 건강함을 느낀다는 인간 민윤기를 떠나보내며 끝까지 망설인 질문을 던졌다. “그래미요? 겸손 버전과 자신만만 버전이 있는데 어떤 걸로 할까요? 솔직히 기대는 안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받을 거 같아요!(웃음)” 그래, ‘민스트라다무스’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 https://www.vogue.co.kr/?p=263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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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GUE 비하인드 ( https://www.vogue.co.kr/?p=264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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